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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30 나무없는 산 (Treeless Mountain, 2008) 2

영화를 보면 나무 없는 산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

정신 없는 과제의 홍수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나름 추석이 되니까 조금 여유가 생겼네요.

이럴 땐 뭔가 해야 돼!’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영화를 본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는 걸 알았네요. 그래서 볼만한 영화가 뭐가 있나 찾아보다가 고른 영화가 바로 나무없는 산입니다. (맞춤법은 나무 없는 산이 맞는데 공식 사이트에도 나무없는 산으로 표기하네요.)

역시나 상영관은 얼마 없네요.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들지만 아무튼 어디서 볼까 찾던 중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어요. 먼저 씨네큐브는 없어졌지만 형제 극장이나 다름 없는 아트하우스 모모는 아직 가 본 적이 없어서 어떤 곳일까 싶은 생각에 호기심이 생겨서입니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아트하우스 모모가 있는 이화 여대 캠퍼스의 ECC때문입니다. ECC는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곳인데 제가 처음 갔을 때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는데 최근에 주변에서 좋다는 의견들이 많아서 다시 한 번 확인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카메라를 안 들고 가서 일단은 이 이미지로 대체를...

 

아무튼 수업 끝내고 과제 조금 하다가 영화 상영 시간인 8 40분까지 가기 위해 7시가 조금 되기 전에 학교를 나섭니다. 이대 역에 도착을 하니 20분 정도가 걸리네요. 이대 근처에는 사실 가 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 주변에 뭐가 있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작년에 이대 건축과에서 있었던 서울 소재 건축과 학생들의 발표회에 참여 했을 때 이미 캠퍼스 입구부터 산을 넘어 건축과 건물이 있는 곳까지 갔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ECC까지 가는 길은 쉽게 갈 수 있어요. ECC에 도착해서 다시 잘 살펴보는데, 너무 많은 기대를 했기 때문일까요? 아직도 너무나 큰 스케일의 공간에 비해 채워진 이야기는 너무 적은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하긴 오후 8시가 넘어서 도착을 했으니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적어질 테니 제가 괜한 걸 트집 잡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나중에 사람들이 좀 많을 때 다시 가 봐야겠어요. 그렇게 도착을 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아트하우스 모모를 찾았는데 조금은 실망스럽네요. 씨네큐브는 지하에 내려가면 뭐랄까 그 곳에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만의 비밀 장소 같은 공간이어서 묘한 동료의식? 같은 걸 만들어 주었는데 아트하우스 모모는 그냥 건물 한 귀퉁이에 적나라하게 노출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좀 산만하게 느껴지거든요. 심지어 안내 맵에도 아트하우스 모모가 아니라 극장으로 적혀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퍼왔어요.

좌석들 높이 차이가 커서 앞 사람 머리에 방해 될 일은 없을 것 같아서 좋았어요.

 

 

가장 중요한 영화 이야기

 

영화는 좋았습니다. 요즘 영상이라는 매체로 작업을 하다 보니 전에는 잘 모르고 넘어갔던 부분들까지 생각하면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화면이 계속 등장 인물들을 클로즈업 해서 보여주고 카메라의 위치가 아이들의 눈높이로 유지 되는 것이 인상 깊어요. 전체적인 흐름도 아주 잘 짜여진 인과 관계에 의해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이가 많이 빠진 듯한 구성으로 전개 되어서 억지로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듯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와서 여기저기서 리뷰를 읽어 보면서 눈치 챈 것인데 등장인물 모두가 여자들이라는 점입니다. 남자들은 몇 안 되는 데다가 항상 주변에서만 머물고 있지요.

 

빈 역을 연기한 김성희 양. 이 아이에게 이 영화는 어떤 의미로 다가 갔을지 궁금하네요.

 

오랜만에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그 영화가 좋은 영화이었기에 나름 만족스러운 하루가 되었습니다. 다만 같이 보러 갈 사람들을 여기저기 수소문 했지만 이런 영화를 별로 보고 싶지 않다는 대답이 많아서 조금은 안타깝네요.

 

Posted by 여름모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