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 나무 없는 산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

정신 없는 과제의 홍수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나름 추석이 되니까 조금 여유가 생겼네요.

이럴 땐 뭔가 해야 돼!’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영화를 본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는 걸 알았네요. 그래서 볼만한 영화가 뭐가 있나 찾아보다가 고른 영화가 바로 나무없는 산입니다. (맞춤법은 나무 없는 산이 맞는데 공식 사이트에도 나무없는 산으로 표기하네요.)

역시나 상영관은 얼마 없네요.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들지만 아무튼 어디서 볼까 찾던 중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어요. 먼저 씨네큐브는 없어졌지만 형제 극장이나 다름 없는 아트하우스 모모는 아직 가 본 적이 없어서 어떤 곳일까 싶은 생각에 호기심이 생겨서입니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아트하우스 모모가 있는 이화 여대 캠퍼스의 ECC때문입니다. ECC는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곳인데 제가 처음 갔을 때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는데 최근에 주변에서 좋다는 의견들이 많아서 다시 한 번 확인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카메라를 안 들고 가서 일단은 이 이미지로 대체를...

 

아무튼 수업 끝내고 과제 조금 하다가 영화 상영 시간인 8 40분까지 가기 위해 7시가 조금 되기 전에 학교를 나섭니다. 이대 역에 도착을 하니 20분 정도가 걸리네요. 이대 근처에는 사실 가 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 주변에 뭐가 있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작년에 이대 건축과에서 있었던 서울 소재 건축과 학생들의 발표회에 참여 했을 때 이미 캠퍼스 입구부터 산을 넘어 건축과 건물이 있는 곳까지 갔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ECC까지 가는 길은 쉽게 갈 수 있어요. ECC에 도착해서 다시 잘 살펴보는데, 너무 많은 기대를 했기 때문일까요? 아직도 너무나 큰 스케일의 공간에 비해 채워진 이야기는 너무 적은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하긴 오후 8시가 넘어서 도착을 했으니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적어질 테니 제가 괜한 걸 트집 잡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나중에 사람들이 좀 많을 때 다시 가 봐야겠어요. 그렇게 도착을 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아트하우스 모모를 찾았는데 조금은 실망스럽네요. 씨네큐브는 지하에 내려가면 뭐랄까 그 곳에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만의 비밀 장소 같은 공간이어서 묘한 동료의식? 같은 걸 만들어 주었는데 아트하우스 모모는 그냥 건물 한 귀퉁이에 적나라하게 노출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좀 산만하게 느껴지거든요. 심지어 안내 맵에도 아트하우스 모모가 아니라 극장으로 적혀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퍼왔어요.

좌석들 높이 차이가 커서 앞 사람 머리에 방해 될 일은 없을 것 같아서 좋았어요.

 

 

가장 중요한 영화 이야기

 

영화는 좋았습니다. 요즘 영상이라는 매체로 작업을 하다 보니 전에는 잘 모르고 넘어갔던 부분들까지 생각하면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화면이 계속 등장 인물들을 클로즈업 해서 보여주고 카메라의 위치가 아이들의 눈높이로 유지 되는 것이 인상 깊어요. 전체적인 흐름도 아주 잘 짜여진 인과 관계에 의해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이가 많이 빠진 듯한 구성으로 전개 되어서 억지로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듯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와서 여기저기서 리뷰를 읽어 보면서 눈치 챈 것인데 등장인물 모두가 여자들이라는 점입니다. 남자들은 몇 안 되는 데다가 항상 주변에서만 머물고 있지요.

 

빈 역을 연기한 김성희 양. 이 아이에게 이 영화는 어떤 의미로 다가 갔을지 궁금하네요.

 

오랜만에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그 영화가 좋은 영화이었기에 나름 만족스러운 하루가 되었습니다. 다만 같이 보러 갈 사람들을 여기저기 수소문 했지만 이런 영화를 별로 보고 싶지 않다는 대답이 많아서 조금은 안타깝네요.

 

Posted by 여름모기 :

Mulholland Drive

2009. 9. 16. 09:14 from 감상

네이버에 검색해도 영화 정보가 안 나오네

Mulholland Drive, 2001

영화를 보기 전부터 어렵다느니 스토리가 이해가 안 된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런 건 포기하고 보기 시작했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까지 별 무리 없이 진행되던 스토리가 마지막에 그 때까지 유지되던 인물 관계를 무너뜨리는 상황들로 혼란스러워 진다.

 

매 장면 장면 마다 스토리가 아닌 그 장면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즐기기엔 충분했지만 아직까지는 이 헝클어진 스토리를 풀어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어쩌면 감독이 원하는 스토리는 애초에 하나로 풀어진 스토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없는 여러 이야기들이 존재하는데 그 이야기들 사이를 감상자들이 알아서 메우길 원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Posted by 여름모기 :

2009/09/07

2009. 9. 7. 20:43 from Fall 2009 Design Studio_6

The Man With A Movie Camera, Chelovek S Kinoapparatom, 1929

 

받는 느낌을 단어로 표현하면

반복, 뒤섞기, 속도감, 혼란

 

일상의 모습을 우리가 관찰 할 때는 연속적으로 볼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을 촬영하고 그것들을 짧게 다 잘라서 다른 이미지들과 뒤 섞어서 보여준다. 이러면서 우리가 단편적으로 잘린 이미지들을 하나의 단서로써 받아 들이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제시하기 보다 단서들을 우리 안에서 재조합하게 하는 것 같다. 이렇게 혼란스럽게 뒤섞인 화면들을 엮어주고 있는 것은 영화 내내 흐르는 음악뿐이다.

 

 

Metropolis, 1927

 

이미 여러 수업에서 언급되던 영화

이제야 봤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길었음에도 집중하면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성경을 기반으로 스토리가 짜여진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 깊은데, 마치 연극에서 하는 것 같은 연기이다.

영화가 연극을 보여주는 또 다른 매체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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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성장 드라마.
주인공이 고민하는 문제를 마무리하는 방법이나 그 과정에서 전달하는 메세지는 너무나도 전형적인 성장 드라마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메세지는 페넬로피와도 닮아있지만 페넬로피 보다는 훨씬 잘 풀어갔다.(뭐 이 영화는 그 메세지 자체가 목적이라면 목적이니까...)
그다지 추천도 비추천도 아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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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챠맨 노래를 끝까지 아는 사람 중에는 나쁜 사람이 없다.


영화 시작부터 끝나고 엔딩크레딧 끝까지 완전 빠져서 봤다.
우선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영상들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영화 내용이 좋았다. 중간 중간 흐르는 경쾌한 음악도 좋았다.
일상에서 생기는 변화(크거나 작거나...)와 사람들 사이의 차이(이 역시 크거나 작거나)를 받아들이는, 혹은 대처하는 개개인의 모습들이 그려진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타인의 취향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에서 인상 깊은 것이 이들에게는 과거는 없다는 것이다. 서로의 과거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지만 그 대신 현재 있는 그대로를 보고 현재에서 이어질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과거에서 이어지는 고정관념? 선입견이라는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이겠지?) 그래서 보고 나서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잔잔하면서도 여유롭고, 다 보고 나면 뭔가 따뜻해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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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뒤집어 보기...인가?
한적한 시골같아 보이는 곳에서 저런 일상이라...나쁘지 않다. 왠지 집 생각도 나고...
영화 내내 등장하는 묘하게 낡은 소품들이 귀엽던게 기억에 남는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도...특히 주인공 스즈메는 매력적인 캐릭터...
라멘이 먹고 싶게 만드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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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에서 봤던 그 배우! 맞나?;; 영화 정보 보니까 히암 압바스도 나온다고 하는데 왜 기억이 없지...


수면의 과학에서 느낀 임팩트가 너무 컸던걸까...보는 내내 주인공이 현실을 보는 것, 생각하는 것, 현실이 주인공을 바라보는 것...이 사이를 오가는 것이 수면의 과학을 계속 떠올리게 했다.
그런 과정에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서 생각하는 것들, 느끼는 것들이 잘 표현된 것 같은데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는...글쎄...오히려 그런 메세지가 안 느껴져서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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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Go, 2001)

2008. 7. 21. 21:37 from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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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생활을 함께한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을 영화한 작품.
오랜만에 다시 봤다.
소설보다는 좀 더 다듬어진 느낌인데...소설이 더 좋다.
그나저나 가네시로 카즈키는 소설 안 쓰나... 계속 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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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배우들과 영화의 흐름이나 상황들이 너무 익숙한 영화였다. 예전에 본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보는 내내 카스텔라의 행동과 말은 왠지 모르게 날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그런 불편함도 사라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그 속에서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서로의 차이에 대해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서로 부딪히고 대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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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상처도 안 주고 세상이 얼마나 추한지도 모르죠."
"그게 인생인걸요. 그 안에서 살아야죠."

이 영화가 던지는 메세지가 아닐까...
Posted by 여름모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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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대사들이 만들어 내는
조심스러움...
미묘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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